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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적글

구출왕 이명박과 인과관계



조지 레이코프는 그의 저서 [자유전쟁]에서 우리가 사건을 인지하는데 작동되는 두가지 인과관계, 직접적 인과관계와 유기적 인과관계를 설명하고 있다.[각주:1]

직접적 인과관계는 가장 단순한 종류의 인과관계이다. 스위치를 누르면 전등이 켜진다. 공을 차면 날아간다. 문제가 되는 것은 사건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방식이 아니라 사건을 개념화하는 방식이다.[각주:2] “명박이 해적을 무찔렀다.” 이는 피랍이 일어나고 군대가 파견되어 해적이 사살되고 선장이 총에 맞아 사경을 헤매며 언론은 엠바고를 이유로 탄압이 이루어지고 훨씬 이전에 피랍된 배의 선원들을 아직 구출되지도 못한 복잡한 상황들을 직접적 인과관계로 개념화한 사례다.



유기적 인과관계는 최소한 하나 이상의 복잡계를 포함하는 인과관계이다.[각주:3] “제3세계의 경제난으로 인해 해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라는 예를 든다고 보자. 유기적 인과관계는 직접적 인과관계와 달리 단 하나의 사건이나 유형으로 규정하기 어렵다. 위의 사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적의 역사, 해적들의 유형, 그 숫자, 출몰 범위, 출몰 빈도, 외국어선들의 어장착취, 제 3세계의 각종 경제지표들 등등 매우 많은 지표들이 동원되어야하며 또한 여기서 인과관계를 도출하기 위하여 각 지표들의 상관관계를 보충해주는 이론의 도움도 받아야한다. 이 사례에서는 복잡계가 넓게 퍼져있기 때문에 국제 공조를 통한 사전 예방적 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명박이 해적을 무찔렀다.”의 예는 복잡계나 유기적 인과관계 등은 없으며, 제3세계의 경제적 사정이라든가 해적들의 삶의 역사, 외국어선들이 어장을 사실상 수탈해가는 상황과 같은 사실들은 무시한다. 단지 해적질이 범죄이며 자국민을 피랍했으며 그래서 소탕해야 마땅하다는 논리로 귀결된다.



이와 같은 직접적 인과관계를 따르는 사고의 논리는 단순하며 즉각적이다. 나쁜 짓을 벌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군사부(君師父)는 그러한 것을 살필 줄 알며 상벌을 내릴 수 있다. 옳지 않은 일을 하지 않기 위해 참을 줄 알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해적 개인을 처벌하거나 사살하는 일이 문제시되지 않는다. 하지만 유기적 인과관계를 따르는 사고는 조건들을 살핀다. 다양한 조건들의 상관관계와 피드백들, 복합적인 상황을 이해하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일로 다른 해적들이 한국정부의 권위에 복종하거나, 현재 억류되있는 피랍선원들을 석방하거나, 해적이 다시는 출몰하지 않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이러한 분류가 우파-보수는 직접적 인과관계만을 따른다거나 좌파-진보는 유기적 인과관계를 따른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두가지 인과관계 모두 사건을 이해하고 사고하는데 사용한다. 다만 어느 인과관계를 따르는 프레임을 훈련받았는지 반복적으로 접하는지, 익숙한지에 따라 사건을 인지하는 반응이 다른 것이다.

또한 위와 같은 직접적 인과관계의 논리는 구출왕 이명박의 적절한 흥행과 함께 아래와 같이 은유적 투사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해적이 선원을 피랍했으니 -> 해적을 소탕하겠다.

ㄴ 노조가 공장을 점거했으니 -> 노조를 뿌리뽑겠다.

ㄴ 외국인이 범죄를 저지르니 -> 동남아놈들을 추방하겠다.

ㄴ 북한이 포탄을 쏘아대니 -> 북괴를 쳐부수겠다.


















  1. ([자유전쟁], 7장 인과관계와 자유) [본문으로]
  2. ([자유전쟁], 136) [본문으로]
  3. ([자유전쟁], 137) [본문으로]